Last Exodus Alternate 1막 7화 -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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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 작성일 26-03-08 21:05 조회 61 댓글 0본문
- 2104년 1월 13일, 베카 로 지표면, 식민지 광장
광장 곳곳에서 웨이랜드 유타니 소속의 무장 경비대들이 저글링들에게 찢겨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낡은 작업복을 입은 일반 식민지 노동자들과 하층민들은 저그 무리의 공격 목표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시민운동가 : (확성기를 떨어뜨린 채,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그의 눈앞에서 악명 높던 C구역 감독관의 머리통이 히드라리스크의 낫에 날아가 바닥을 뒹군다) 아, 아아... 괴물... 괴물들이 회사의 개들만 사냥하고 있어...
그때, 피투성이가 된 운영 사무소의 뚫린 벽을 딛고, 무리어미 사키가 걸어 나온다. 그녀의 등 뒤로는 아츠시와 시오리코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시민운동가 : 너... 너는... 요시다 가족의 그 어린 딸...? 어떻게 네가...
사키 : ...우리를 부품처럼 갉아먹던 기생충들은 죽었어.

노동자들 : (사키의 기괴한 목소리가 귀가 아닌 뇌리로 직접 꽂히자 일제히 숨을 죽인다.)
사키 :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텅 빈 눈으로 미소 짓는다) 웨이랜드 유타니는 우리에게서 태양을 빼앗고, 빚을 지우고, 서로를 배신하게 만들었지. 하지만 나의 '어머니'와 이 군단은 달라. 여기엔 굶주림도, 고통도, 배신도 없어. 버림받을 일도 없이... 우리는 모두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 되는 거야.

시민운동가 :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그의 눈동자에 기묘한 광기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가, 가족... 평등한... 군단... 더 이상, 착취당하지 않는...
시오리코 : (사키의 등 뒤에서 요염하게 날개를 퍼덕이며 낄낄거린다) 어머나. 내가 몸담았던 회사가 어지간히도 좆같았나 보네. 인간들이 앞다투어 고기 괴물이 되겠다고 줄을 서는 꼴이라니.
아츠시 : 뭐, 점막 없이 공짜 병력 복사하면 나야 편하고 좋지.

시민운동가 :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 비틀거리며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사키를 향해 걸어 나간다) 맞아...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웨이랜드의 노예로 병들어 죽을 바엔... 차라리 우주를 찢어발기는 포식자의 피와 살이 되겠다!! 나를... 나를 거두어 다오, 위대한 자여!!
사키 : (다정하게 웃으며 시민운동가의 가슴에 촉수를 박아 넣는다) ...환영해, 새로운 오빠.

시민운동가 : 끄아아아아아아악-!!
시민운동가의 비명은 곧 거친 짐승의 포효로 바뀌었고, 그의 몸을 뚫고 솟아난 끔찍한 가시뼈들이 웨이랜드의 낡은 작업복을 찢어발겼다. 그 끔찍하고도 경이로운 '초진화'를 목격한 굶주린 노동자들의 눈동자에, 공포 대신 이질적인 '희망'이 번지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데려가 줘!! 내 빚을 없애줘!!"
"웨이랜드 놈들을 다 찢어 죽일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주겠어!!"
"아아... 군단... 영원한 군단이여...!!"
수백 명의 하층민들이 미친 듯이 사키와 군단을 향해 손을 뻗으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은, 순식간에 웨이랜드 유타니를 향한 분노로 뭉친 기괴하고도 성스러운 '감염의 축제'로 변모했다.

다고스 - "부군이시여, 내 감염충들을 이용하소서. 그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그대를 따를 것입니다."
아츠시 : ...좋아! 이 좆같은 행성을 아주 순식간에 감염시켜볼까? 아가들아, 파티 시간이다!
아츠시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베카 로의 잿빛 하늘을 찢고 집채만 한 생체 낙하 주머니 수십 개가 광장과 식민지 곳곳으로 운석처럼 쏟아져 내렸다. 지면이 박살 나며 뿜어져 나온 흙먼지 속에서, 끔찍한 점액질을 뚝뚝 흘리는 거대한 감염충들이 징그러운 마찰음을 내며 기어 나왔다. 감염충의 등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감염성 포자가 산성비와 섞여 식민지의 대기를 순식간에 보라색 안개로 뒤덮었다.
"크아아아악! 내 몸이... 뼈가...!!"
"받아들여라! 웨이랜드의 족쇄를 끊고 진화하는 거다!!"
사키 : ...이것이, 군단의 힘.
시오리코 : 어머나, 우리 부군님 스케일 참 화끈하시네. 이 속도면 지표면 정리하는 데 10분도 안 걸리겠어.
아츠시 : 잔챙이들은 저그화된 식민지 놈들한테 맡겨. 우리는 지하에 숨어있는 쥐새끼들 목이나 따러 가자고. 사이오닉 방출기도 그 밑에 있을 거 아냐?
- 게헨나 구역 외곽, 과학선 안타크토스 호
MARIA - "경고. 베카 로 식민지가 외계 생물체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0658에서 구조 신호를 전송했습니다."

호프만 : (모니터에 비친 끔찍한 살육전을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에 섬뜩한 미소를 띠고 중얼거린다) ...드디어 그 깡촌에 처박아둔 사이오닉 방출기에 놈들이 반응한 건가. 아주 흥미롭군.

과학자 : (식은땀을 흘리며 패널을 조작한다) 뭔가 이상합니다. 방출기의 파장에 이끌린 단순한 포식 활동이라기엔, 놈들의 반응이 너무 늦고 움직임이 체계적입니다!

호프만 : 그래. 회사 최고 간부의 딸인 미후네 시오리코 양을 놈들이 납치했다고 했지? 아무래도 우리가 심어둔 방출기의 '진짜 용도'에 대한 걸 그 똑똑한 아가씨한테 들킨 모양이야.

과학자 : 그렇다면 놈들이 방출기를 파괴하러 온 겁니까...? 안 됩니다, 박사님! 그 방출기가 파괴되면 젤나가 함대를 게헨나 구역으로 유도할 타겟팅 신호가 사라집니다!

호프만 : (신경질적으로 과학자의 어깨를 밀치며) 호들갑 떨지 마라! 방출기가 놈들뿐만 아니라, 오만한 여신님들의 함대도 유인한다는 걸 놈들이 눈치챘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지. 놈들은 폭탄 제거를 위해 스스로 제 발목을 베카 로의 지하에 묶어둔 셈이니까.
MARIA - "식민지의 전초 기지에서 전송된 마지막 보고에 따르면, 하층민 거주 구역의 인간들이 저그에 동조하며 자발적인 감염을 자처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학자 : 미쳤어... 인간이길 포기하고 저 역겨운 괴물들의 살덩어리가 되겠다고?!

호프만 :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이며 낄낄거린다) 크흐흐... 하하하! 아무래도 오세린 전 소위님께서 이젠 아주 메시아 행세를 하며 혁명 놀이를 즐기시는 모양이군. 오합지졸 쓰레기들을 모아서 군단을 불리시겠다?
호프만은 연구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거대한 원통형 배양조로 천천히 걸어갔다. 탁한 녹색 배양액 속에는, 프로메테우스 호에서 회수했던 H-01과 최근 안타크토스 호가 수집한 저그의 생체 조직, 그리고 웨이랜드 유타니의 사이버네틱스 기술이 결합된 흉측한 생물 병기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호프만 : 좋아. 이 완벽한 타이밍에 성능 테스트를 해볼까... 우리의 사랑스러운 '프로젝트 M.I.M.I.C'을 말이지.

과학자 : 박사님! 아직 실전 투입은 무리입니다! 애초에 저그 생체 조직의 변이가 너무 예측 불가여서 몇 번이나 실패했던 프로젝트입니다. 거기에 당신의 알지도 못하는 이상한 액체를 조금 첨가한 걸 가지고 바로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호프만 : 우리가 만든 H-01... 잠시뿐이지만 나의 사랑하는 메리를 완벽한 신인류로 재탄생시켰던 프로메테우스의 불이야. 이 액체를 통해 저그 생체 조직을 분해 후 재조립했다. 이제 녀석은 오세린의 사이오닉 명령에 따르지 않을 거야.

호프만 : 뭐... 그 여자(치사토)의 기술도 섞었다는 건 조금 마음에 안 들지만.
- 베카 로 지표면 중심부, 거대한 크레이터 앞
대군주 : 부군이시여! 가시지옥 무리가 마침내 지하 깊은 곳에서 그 역겨운 물건의 뿌리를 찾아냈사옵니다!
아츠시 : (목을 좌우로 꺾으며 서늘하게 웃는다) 그래? 수고했어. 어디 인간 놈들이 숨겨놓은 좆같은 장난감 꼬라지 좀 볼까. 끌어올려.
가시지옥 무리 : 크르르르르르르...!!
거친 진동과 함께 점막이 덮인 대지가 쩍 갈라졌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가시지옥 무리가, 흉측한 금속 기둥 하나를 거대한 집게발로 옥죄어 지표면으로 끌고 올라왔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기분 나쁜 기계음을 뿜어내는 수 미터 크기의 쇳덩어리. 바로 '사이오닉 방출기'였다.
시오리코 : (코를 틀어막으며 미간을 찌푸린다) 어머, 끔찍해라. 군단의 아름다운 생체 조직들 사이에 저런 조잡하고 각진 쇳덩어리가 파묻혀 있었다니. 이게 그 오만한 여신님들을 불러들이는 네비게이션이란 말이지?
사키 : (방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위적인 파장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며) ...역겨운 냄새. 쥐새끼들의 흔적. 어서 부숴버려. 형체도 안 남게.
대군주 : 명 받들겠사옵니다! 가시지옥이여, 여왕님의 영토를 더럽히는 저 고철을 단숨에 찢어발겨라!!
가시지옥 : 캬아아아아아악!! (초고밀도 가시로 사이오닉 방출기를 관통시켜 박살낸다)
아츠시 : (폭발의 열기를 가볍게 손으로 털어내며 씩 웃는다) 하! 싱겁기는. 좋아, 이걸로 귀찮은 폭탄 해체반 역할은 끝이다. 이제 저궤도에 떠 있는 깡통 함대 놈들만 쓸어버리면 아무런 문제도 없-
그 순간이었다. 아츠시와 시오리코, 사키의 머릿속을 연결하고 있던 군단의 완벽하고 고요한 사이오닉 신경망이,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에 갈린 듯 끔찍한 파열음을 내며 일그러졌다.
사키 : 큿...?! (갑작스러운 두통에 머리를 감싸 쥔다)
시오리코 : 꺄악! 머리, 머리가...!
세린 - "아츠시...! 당장 그곳에서 벗어나라!!"
아츠시 : (당황하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왕님?!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방출기는 방금 완벽하게 파괴했-
세린 - "방출기가 문제가 아니야! 그 행성 상공의 궤도에서... 말도 안 되는 대규모의 생체 반응이 탐지되고 있다!"
아츠시 : 생체 반응이요? 젤나가 함대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입니까? 다른 군락에서 지원군이라도-
세린 - "아니!! 저건... 저 끔찍하게 뒤틀린 파장은 내 아이들이 아니야! 아니... 생명체조차 아니란 말이다!! 피해, 아츠시!!"
방출기가 폭발한 광장 한가운데. 잿빛 대기를 찢고 UED의 구형 의료선 편대가 굉음을 내며 나타난다. 하지만 그들이 투하한 것은 구호물자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거대한 금속 낙하조가 지면을 박살 내며 처박혔다. 의료선 편대는 생명체의 비명 같은 엔진음을 남긴 채 도망치듯 궤도 위로 사라졌다.
아츠시 : (흙먼지를 팔로 가리며 인상을 구긴다) 저, 저건...?! 뭐야, 씨발. 저 역겨운 쇳소리는...!
랩터 부대 : 크르르르르르르...!!
코브라 부대 : 캬아아아아아아악...!!
오스프리 편대 : 하오오오오오오옥!!
아포칼립스 부대 : 크르르르르르... 쿠쿵... 쿠쿵...!
시오리코 : ...어머. 정말 구역질 나. 감히 우리 군단의 우아한 유전자를 저딴 하찮은 고철과 섞어놨단 말이야? 저건 모욕이야.
사키 : ...가짜들. 쥐새끼들이 만든... 기분 나쁜 장난감. 갈가리 찢어버릴 거야.
아츠시 : 하하...! 여왕님, 걱정 마세요. 깡통 따개가 아주 바빠질 것 같으니까.
감염된 시민운동가 : 이 행성... 우리의 진정한 고향이 될 이 군락지는 우리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방어하겠습니다!
미르미돈 무리 : 웨이랜드 유타니의 잡졸 새끼들을 모조리 몰아내자!! 여왕님을 위하여!!
헤카톤케일 무리 : 저희가... 저희의 피로 어떻게든 이 땅을 지켜낼게요...!!
아츠시 : 좋아. 잔챙이 청소는 너희한테 맡기지. 그럼 우리는... 저 덩치만 큰 기계 깡통들을 어떻게 찌그러뜨릴지나 집중하자고.



지표면 곳곳, 사키의 의지에 따라 급속도로 세워진 거대한 부화장들이 일제히 징그러운 맥동을 시작했다. 핏빛 고치들이 찢어지며 군단의 정예 전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히드라리스크 무리 :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람폰 무리 : 크오오오오오오오오...!!
시오리코 : 가렴, 나의 아이들아. 억지로 철판을 기워 입은 저 가짜들에게... 진짜 군단의 '생명력'이 무엇인지 똑똑히 몸으로 가르쳐 주렴!
람폰 무리 : 크으오오오오옭!! (공생충 알들을 난사한다)
아포칼립스 부대 : 크르르르르르르르르...?!
하늘에서 쏟아진 알들이 아포칼립스의 두꺼운 티타늄 장갑과 융합된 생체 조직 틈새로 끈적하게 파고들었다. 호프만의 기계 괴수들은 데미지가 없다는 듯 진격을 멈추지 않으려 했지만, 불과 1초도 지나지 않아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제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공생충 무리 : 캬아아아아아아아악!! (방금 전까지 자신들의 숙주였던 아포칼립스의 금속 잔해를 게걸스럽게 씹어 삼키며, 피비린내 나는 첫 울음을 터뜨린다.)

호프만 - "당황하지 마라! 저 기분 나쁜 기생충 공격도 놈들의 체내 에너지를 극심하게 소모하는 법. 무한정 뿜어낼 수는 없다. 밀어붙여! 고철이 되더라도 놈들의 점막을 전부 짓이겨버려라!"
코브라 부대 : 캭, 캭, 캬아아아아악...!! (가시뼈 대신 티타늄 철심들을 난사한다)
히드라리스크 무리 :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에 질세라 생체 가시뼈를 난사한다)
랩터 부대 : 키에에에에엑-!! (발톱 대신 장착된 흉악한 '회전 톱날'을 미친 듯이 회전시키며 핏빛 해일처럼 돌진한다)
미르미돈 무리 : (조금의 물러섬도 없이 방어선을 구축하며) 물러서지 마라! 군단에 내 목숨을!! 여왕님을 위하여!!
랩터 부대 : 크르르르르르르!! (빠르게 파고들어서 미르미돈들을 물어뜯는다)
미르미돈 무리 : 크아아아악!!
헤카톤케일 무리 : 다들 힘내요...!! 우리가 뒤에 있어요!! (미르미돈들에게 고농충 생체 에너지와 혈액으로 수혈해준다)
미르미돈 무리 : (잘려 나갔던 팔다리의 근육과 뼈가 끔찍한 속도로 융합되어 재생된다) 크으으으아아아아앗!!
랩터 부대 : ...?! (역병 탄약에 맞고 녹아내린다)
오스프리 편대 : 하오오오오오오오오옥!! (소이탄을 투하한다)
아츠시 : (불길을 피해 뒤로 크게 도약하며, 매캐한 연기에 기침을 쏟아낸다) 쿨럭! 이런 씨발... 저 미친 깡통 새끼들, 아예 대지를 통째로 구워버릴 작정이냐?! 이게 대체 뭐야!
시오리코 : 소이탄이에요! 유기체의 재생력을 무력화시키는 최악의 무기라고요! 부화장과 점막 군체가 다 타버리면 우리 군락지가 위험해요!
사키 : (자신의 새로운 고향이자 가족들이 불타오르는 광경에, 텅 빈 눈동자가 극도의 분노로 붉게 타들어 간다) ...안 돼. 내 집을... 내 가족을 태우게 냅두지 않아. 어서 막아. 하늘의 벌레들을 어서 떨어뜨려...!!
감염충 무리 : 꾸르르르르르르르륵...!! (사키의 부름에 응답하듯, 하늘을 유린하는 오스프리들에게 진균을 날린다.)
오스프리 편대 : 하옥?! (진균에 의해 움직임이 멈춘다)
아츠시 : 하! 그물에 아주 예쁘게도 걸렸네. 길 안내 수고했다, 사키!
사키 : ...나, 나는... 아무것도...-
아츠시 : 뼈도 못 추리게 갈아주마. 받아라-!!
진균 때문에 회피 기동조차 할 수 없었던 오스프리 편대는, 아츠시의 칼날 폭풍에 정통으로 휩쓸렸다. 튼튼한 티타늄 장갑과 융합된 생체 날개가 믹서기에 갈린 고깃덩어리처럼 처참하게 분쇄되었다. 하늘을 뒤덮었던 기계 폭격기들은 단 1초 만에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쇳조각과 핏방울이 되어, 그들이 불태우려 했던 잿빛 대지 위로 허무하게 쏟아져 내렸다.
- 그리고 잠시 후...
방금 전까지 피비린내 나는 학살극이 벌어졌던 베카 로의 광장. 아츠시가 박살 난 랩터의 머리통을 발로 짓이기려던 찰나였다. 박살 난 기계 잔해들 속에서 파괴되지 않은 통신 모듈들이 일제히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MARIA - "신호 전송 중. 암호화 채널 연결 완료."
아츠시 : (발을 멈추고 미간을 팍 구긴다) ...뭐야, 이 기분 나쁜 전파는? 점막 위로 역겨운 쇳소리가 기어 다니잖아.
시오리코 : 아아... 군단의 사이오닉 신호는 아니네. 아주 구시대적이고 무식한 인공 주파수예요.
잔해들이 뿜어낸 빛이 허공에서 교차하더니, 지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거대한 홀로그램 형상을 만들어냈다.

호프만 - "반가워, 나카지마 아츠시 군. 그 짐승 같은 활력은 여전하군."
아츠시 : 너, 너는... 호프만! 너 이 새끼, 프로메테우스의 그 지옥 구덩이에서 살아있었던 거냐?!

호프만 - "그래. 계속 진보하는 한 과학은 죽지 않아. 그리고 이 완벽한 진화를 이끄는 나 역시 죽지 않지."
사키 : ...아는 사이야?
시오리코 : 설마... 5년 전 실종됐던 프로메테우스 호의 수석 연구원? 어머나, 웨이랜드 유타니의 사망자 명단에 아주 자랑스럽게 올라가 있던 분이시네.

호프만 - "미후네 시오리코 양인가. 촉망받던 이사회의 영애님이 저그의 간계에 넘어가 벌레 꼴이 된 걸 보니 참으로 유감스럽네. 뭐... 한편으로는, 그 유전자 변이의 결과물이 꽤나 아름답기도 하고."
시오리코 : (싸늘하게 코웃음을 친다) 당신 같은 기생충한테 그런 역겨운 소리 듣고 싶지 않은데요. 아, 이젠 같은 회사 사람도 아니니 존댓말도 사치지. 안 그래, 아저씨?
아츠시 : (홀로그램을 향해 으르렁거린다) 혓바닥이 기네. 용건이 뭐냐. 프로메테우스 호에서도 좆같은 실험이나 쳐하더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이딴 깡통 장난감이나 던진 거야?

호프만 - "장난감이라니. 섭섭한걸. 나는 그저... 감사 인사를 하러 왔어. 너희의 그 무식한 폭력 덕분에, 내 실험은 이 정도면... 완벽하게 '충분'해졌거든."
아츠시 : ...뭐?

호프만 - "너희는 방금 내가 내려보낸 M.I.M.I.C 부대를 아주 철저하게 파괴했지. 이게 무엇을 뜻할까?"
아츠시 : 너희 인간 새끼들이 기껏해야 우리 군단의 껍데기나 베껴서 모조품이나 만드는, 구제 불능의 개허접들이란 얘기ㅈ-

호프만 - "아니지. 바로 내 실험이, 내 위대한 연구가... '성공'했음을 뜻해. 이 미믹들은 단순히 쇠붙이로 너희 외형을 모방한 게 아니야. 실제 저그의 생체 조직을 배양해서 기계와 융합시킨, 살아있는 병기들이거든."
아츠시 : (순간 숨을 들이켠다) ................!!
사키 : ...진짜... 생체 조직? 가짜가 아니라고...?

호프만 - "그래! 내 H-01을 저그 생체 조직에 주입하면, 그 세포는 더 이상 오세린의 그 알량한 '군체 의식'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게 완벽하게 증명된 거야! 너희의 그 잘난 여왕님은, 내 병기들의 뇌파를 1초도 통제하지 못했어!"
시오리코 : (경악하며 날개를 파르르 떤다) 이 미친... 생명체의 사이오닉 연결망을 인위적으로 끊어냈다고?!

호프만 - "더불어, 오직 기계적인 연산과 통제만으로 저그의 생명력을 다루는 것도 가능하다는 걸 확실히 알았어. 자, 테스트는 끝났다. 이제... '진짜' 절망을 보여줄 시간이야."
- 차 행성 궤도 상공, 붉은 화산재 구름 너머
펄펄 끓는 용암의 붉은빛이 우주 공간까지 기분 나쁘게 반사되는 지옥의 별, 차 행성. 그 두꺼운 대기권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낡은 웨이랜드 유타니 소속의 크루세이더 전투기 한 대가 엔진을 한계치까지 태우며 비행하고 있었다.
MARIA - "경고. 후방 미확인 생체 비행체 다수 접근. 충돌까지 10초."
크루세이더 : 허억... 헉...!
크루세이더의 꼬리 뒤로, 태양을 가릴 만큼 거대한 그림자들이 쇄도하고 있었다. 피비린내를 맡은 수십 마리의 뮤탈리스크 떼가 산성 쐐기벌레를 뱉어내며 미친 듯한 속도로 전투기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호프만 - "자아... 호들갑 떨지 마라. 시작해라."
크루세이더 : 라, 라져...!
뮤탈리스크의 쐐기벌레가 전투기의 좌측 날개를 스치고 지나가며 장갑판이 뜯겨 나갔다. 전투기가 크게 휘청였지만, 조종사는 필사적으로 좌표를 고정했다.
차 행성의 가장 깊은 중심부, 초월여왕 세린의 둥지가 있는 메인 군락지의 한가운데였다.
크루세이더 : 자, 잡혔다... 거의 다 왔어...!
한편, 그들이 목숨을 걸고 비행하는 궤도 바로 위쪽의 칠흑 같은 우주 공간. 육안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공간의 일그러짐 속에서, 수십 대의 젤나가 관측선들이 차갑게 정지해 있었다.
크루세이더 : (투하 버튼을 내리친다) 타겟팅 신호, 차의 지표면을 향해 투하합니다!!
관측선 편대 : 삐리리리리리리릭...- (방출기의 신호를 추적한다)
크루세이더 : 방출기 배치 완료...! 헉, 헉... 즉각 귀환을 요청한다...!

호프만 - "훌륭해. 본대로 귀환하도록. 이제 남은 건... 저 오만한 여신님들이 군단의 안방을 아주 예쁘게 청소해 주는 걸 구경하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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