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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Exodus Alternate 1막 5화 - 무리어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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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6-03-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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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4년 1월 9일, 차 행성 지하, 여왕의 둥지

세린 : (공중에서 사뿐히 점막 위로 내려앉으며, 서늘하면서도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환영해, 웨이랜드 유타니의 작은 공주님.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

시오리코 : (압도적인 위압감에 짓눌리면서도, 간신히 고개를 쳐들며) 당신... 설마 당신도 원래는 인간이었습니까? 어떻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이런 끔찍한 괴물들을 통제하는 거죠?

세린 : (피식 웃으며 시오리코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린다) 과거의 껍데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이 수백억 아이들의 '어머니'라는 사실이지. 그리고... 널 지옥에서 건져 올린 구원자이기도 하고.

시오리코 : (세린의 차가운 손길에 소름이 돋아 몸을 떨며) 구원... 웃기지 마십시오. 저런 무기질적인 기계들보다, 당신들이 우주에 더 끔찍한 위협이라는 건 웨이랜드의 데이터베이스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웨이랜드 유타니의 막대한 자금력? 아니면 지구 연합의 기밀코드인가요? 협상을 원한다면...

세린 : 협상? (갑자기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으며) 착각하지 마, 꼬마 아가씨. 내가 너를 살려둔 이유는 네 머릿속에 든 그 알량한 자본주의적 지식이나 종잇조각 같은 회사 기밀 따위가 아니야. 나는 네가 추락하는 아르테미스 호의 함교에서 보여준 것...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끝까지 통제력을 잃지 않던 그 '냉철한 이성'과 '지휘력'을 샀을 뿐이다.

시오리코 : 내... 지휘력을 샀다고요?

세린 : 그래. 기계 함대의 맹공과 젤나가의 오만함에 맞서려면, 우리 군단에도 더욱 체계적이고 차가운 지성이 필요하거든. 나는 너에게... 내 아이들을 지휘할 수 있는 지위를 주려 한다.

아츠시 : (뒤에서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콧방귀를 뀐다) 출세하셨네, 영애님. 어지간한 항성계 하나를 통째로 쥐여주는 꼴이니까.

시오리코 : (경악하며 눈을 크게 뜬다) 말도 안 돼... 내가 당신들의 하수인이 되어서 인류에게 총부리를 겨누라는 겁니까?!

세린 : 하수인이 아니야. 피와 살을 나누는 '가족'이 되는 거지. 단... 조건이 있어.


세린의 등 뒤에서 보랏빛 점막 촉수들이 뱀처럼 기어 나와 시오리코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시오리코 : 꺄앗?! 이, 이거 놔요!!

세린 : 네게 내 피와 정수를 나누어 주마. 이 역겨운 인간의 껍데기를 벗고, 진정한 군단의 가족으로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가장 이성적이고 우아한 나의 대리인... '무리어미'가 되는 거지.

시오리코 : (발버둥 치며) 미, 미쳤어요?! 내가 왜 이딴 축축하고 끔찍한 벌레들의 어미가 되어야 합니까! 차라리 죽이세요!! 저는 웨이랜드 유타니의 미후네...!!

세린 : (시오리코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고 속삭인다) 너를 구하러 오는 인간은 없어, 시오리코. 너희의 기계들도 널 죽이려 했지. 인간의 세상에서 넌 이미 죽은 고깃덩어리일 뿐이야.

시오리코 : ..............!!

세린 : 하지만 내 품에 안기면, 넌 수백만의 자식들을 거느린 절대적인 지배자가 될 수 있어. 죽음도, 배신도 없는 완벽한 안식처에서... 너의 그 뛰어난 논리와 효율성으로 군락지들을 디자인해 봐. 매력적인 제안 아니니?


세린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사이오닉 최면이 섞여 있었다. 시오리코의 뇌리가 달콤하게 마비되며, 이성의 끈이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오리코 : (눈동자가 떨리며, 힘겹게 이성을 붙잡는다) 하, 하지만... 촉수가 돋아나고... 곤충처럼 변하는 건... 위생적으로... 절대로, 타협할 수...

세린 : 후훗. 걱정 마. 너의 그 반듯하고 예쁜 얼굴은 남겨줄 테니까. 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시간이야.


세린의 배꼽에서 촉수가 나오더니 시오리코의 배꼽을 그대로 관통해버린다.


시오리코 : 아아아아아아아악-!!!!


- 그리고 얼마 후...

보랏빛 점막으로 뒤덮인 거대한 생체 고치가 맥동을 멈추고, 끈적한 파열음과 함께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아츠시 : ................!!

세린 : ...드디어.

시오리코 : (나른한 기지개를 켜며, 끈적이는 점막 위를 맨발로 가볍게 밟는다) 하아... 으음...♥

세린 : (옥좌에서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아름답게 피어났구나, 나의 딸아. 새로운 육체는 마음에 드니?

시오리코 : (날개를 가볍게 털어내고는, 요염하게 기지개를 켜며 가슴을 모은다) 후후... 믿을 수가 없네요. 이토록 몸이 가벼워질 수 있다니... 혈관을 타고 흐르는 이 압도적인 힘과 쾌감이...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해요.

아츠시 : (팔짱을 낀 채, 그 극단적인 변화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친다) 허, 기가 막혀서. 어제까지만 해도 점막 구덩이에 빠졌다며 국제 우주법 운운하고 발악을 하던 아가씨가 맞긴 합니까? 뇌 구조까지 아주 핑크빛으로 개조됐나 보네.

시오리코 : (자리에서 일어나, 나긋하고 도발적인 걸음걸이로 아츠시에게 다가간다.)

아츠시 : (움찔하며) ...뭐, 뭐야.

시오리코 : (아츠시의 턱을 살짝 건드리며 요염하게 윙크한다) 부군님, 아까는 험한 말 해서 미안해요. 내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았잖아? 하지만 이젠... 피를 나눈 한 '가족'이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후훗.

아츠시 : (소름이 돋은 듯 미간을 팍 구기며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으윽... 징그럽게 왜 이래?! 차라리 예전처럼 재수 없게 땍땍거리는 게 낫지, 이건 무슨... 여왕님! 이거 세뇌가 너무 과하게 들어간 거 아닙니까?! 적응이 안 되는데요!

세린 : 원래 인간 시절에 이성으로 억눌러왔던 욕망과 통제력이 해방되면, 더 극단적이고 매혹적인 형태로 진화하는 법이지. 군단의 유전자 풀에 아주 훌륭한 '매력'이 추가되었네.

시오리코 : (아츠시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날카롭고 예쁜 손톱을 감상하며 입맛을 다신다) 어머, 부군님도 참. 쑥스러워하시기는. 그나저나 어머니, 제게 배정된 무리들은 어디 있죠? 이 넘쳐흐르는 지성과 에너지를 빨리... '사냥'으로 증명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거든요.

세린 : 오늘부로 너를 군단의 살림을 책임질 첫 번째 무리어미로 임명하마. 너에게 주어질 무리의 이름은... '쿠쿨칸'. 깃털 달린 뱀처럼 우아하고 치명적으로 군단을 휘감으렴.

시오리코 : 쿠쿨칸... 어머, 이름도 딱 제 취향이네요♡

시오리코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기지개를 켜자, 그녀의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페로몬이 둥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페로몬을 맡은 일벌레들과 저글링들이 그녀의 발밑으로 몰려들어 마치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시오리코 : (자신의 품에 안긴 저글링의 턱을 쓰다듬으며 나른하게 웃는다) 자, 그럼 일해볼까? 우리 쿠쿨칸 무리의 귀염둥이들♡

세린 :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마침 너의 그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에 아주 완벽한 일감을 하나 마련해두었단다. 자세한 건 다고스가 설명해 줄 거야.

다고스 - "우리는 이 게헨나 구역을 집어삼키며, 하등한 유기체들이 세워둔 수많은 기지들을 점령해 왔다. 물론, 네년이 몸담고 있던 그 잘난 '웨이랜드 유타니'의 비밀 시설들도 포함해서 말이지."

시오리코 : 흐응~ 그래서요, 뇌수 영감님?

다고스 - "...하지만, 점막으로 건물을 뒤덮고 생명체들을 흡수하는 것까지는 완벽했으나, 그 안에 담긴 '데이터'라는 무기질적인 정보는 온전히 끄집어낼 수가 없었다. 오해하지 마라! 이는 군단이 미개해서가 아니라, 하찮은 기계 장치나 금속판 따위는 애초에 필요로 하지 않는 완벽하고 고등한 진화체이기 때문이다!"

아츠시 : (점막 기둥에 삐딱하게 기대선 채 코웃음을 친다) 변명 한번 구차하시네. 그냥 그 잘난 촉수로는 컴퓨터 전원 버튼 하나 누를 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해.

다고스 - "닥쳐라, 부군! 여왕님 앞이다!"

아츠시 : ...ㅋ.

다고스 - "어쨌든! 너는 그 웨이랜드 유타니의 최고위 간부였으니, 놈들의 시스템을 다루고 기밀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겠지? 네 뇌수 속에 그 잘난 암호인지 보안 코드인지 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을 것 아니냐."

시오리코 : (날카로운 손톱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요염하게 웃는다) 뭐, 내 뇌 속에 그깟 비밀번호나 최고 보안 인가 코드쯤이야 확실하게 들어있긴 한데... 그래서, 이 잘난 첫 번째 무리어미가 어디로 행차해주면 될까~?

세린 : 아메리고 호. 안티가 프라임 외곽 궤도를 부유하던 UED의 거대한 심우주 과학선이란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이 그곳을 덮쳐 기분 좋게 감염시켰던 곳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 불쾌한 쇳덩어리들, '휴머기어' 함대가 거길 기습해서 무단으로 점령하고 말았어. 놈들은 우리의 점막을 산 채로 불태우고, 그 기계적인 촉수로 메인프레임에 접속해 데이터를 빼내려는 모양이더구나.

아츠시 : (짜증스럽게 뒷목을 긁적이며) 아, 진짜 그 깡통 새끼들. 우리가 기껏 맛있게 씹고 뱉은 둥지에 기어들어 와서 알짱거린단 말이지? 어지간히도 남의 데이터가 고픈가 보네.

시오리코 : 아메리고라... UED 녀석들의 자랑이자, 웨이랜드 유타니의 심층 데이터베이스와도 깊게 연동되어 있던 1급 연구선이잖아? 내 전 직장 동료들이 쓰던 연구선에 허락도 없이 쇳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건 위생상 아주 불쾌한데. 안 그래, 뇌수 영감님?

다고스 - "...혓바닥이 아주 길어졌군, 건방진 꼬맹이."

시오리코 : (다고스의 반응을 가볍게 무시하며, 세린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어머니. 그 배에 잠들어 있는 기밀 데이터... 그리고 감히 우리 군단의 둥지를 더럽힌 기계 벌레들까지, 제 '쿠쿨칸' 무리의 귀염둥이들로 아주 깨끗하게 청소하고 오겠습니다.

세린 :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래. 너의 그 우아한 첫 사냥을 기대하마, 시오리코.


- 2104년 1월 11일, 감염된 과학선 '아메리고'

저글링 무리 : 캬아아아아아아!! (에어록이 파괴되기가 무섭게, 쿠쿨칸 무리의 선발대가 핏빛 해일처럼 좁은 복도를 향해 쏟아져 들어갔다.)

니케 : 무단 침입이 감지되었다. 유기체 소거 프로토콜 가동. (묵직한 대물 저격 소총으로 탄환을 퍼붓는다)

저글링 무리 : 캭캭캭!! (동족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주춤하는 기색 따윈 전혀 없었다. 오히려 머리가 날아간 동족의 시체를 디딤돌 삼아 밟고 도약하며, 미친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니케 : ...?! 오류 발생. 진격 속도가 연산 범위를 초과- (미처 다음 탄창을 갈아 끼우기도 전에, 수십 마리의 저글링들이 기체의 위로 덮쳐들었다.) 작동... 불... 능...

경보병 4대 : 침입자 돌파 확인. 저지선을 형성한다! (일제히 라이플 총탄을 난사하며 탄막을 형성한다)

시오리코 : (자신의 손톱을 가볍게 불며, 나른하고도 치명적인 미소를 짓는다) 가렴, 나의 귀여운 아이들아. 저 시끄러운 고철들을 깨끗하게 치워버리렴.

저글링 무리 : 캬오오오오오옥!! (어미의 명령에 극도로 흥분하여 짐승의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한다)

경보병 4대 : (탄창을 비우기도 전에,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뿔과 발톱의 물결에 순식간에 휩쓸려 형체도 없이 짓밟힌다.)

화공병 : 고열 소각 개시. (복도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엄청난 화염 폭풍을 뿜어내며 다가온다)

선두에 있던 저글링 몇 마리가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그 광경을 본 시오리코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

시오리코 : ...흐음...~? 감히 내 아이들의 예쁜 장갑을 태우려 들다니. 버릇없는 쇳덩어리네.


그녀는 불길을 피하기는커녕, 요염한 걸음걸이로 화공병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리고는 붉은 입술을 모아 가볍게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단순한 입김이 아니라, 보랏빛 페로몬이 섞인 초고농축 산성 독구름이었다.


화공병 : 경고. 외부 장갑 손상률 90%... 95%... (녹아내린다)

시오리코 : 후훗. 싱겁기는.

MARIA - "경고. 이 문 너머로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 시설의 통제 권한이 휴머기어 사령부로 이전 중입니다. 출입을 원하신다면 7단계 이상의 최고 보안 등급 코드가 요구됩니다..."

아츠시 - "거 봐. 내가 뭐랬어. 네 그 예쁜 독구름이나 촉수 따위로는 저 두꺼운 문짝의 전원 버튼 하나 누를 수 없다니까?"

시오리코 : 어머, 부군님도 참. 야만스럽게 힘만 쓰는 건 촌스럽잖아요? 우리는 조금 더 '지성적'으로 가자고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금방이라도 문을 물어뜯을 듯 으르렁거리던 저글링들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뒤로 얌전히 물러났다.

찰박거리는 점막을 밟으며 메인프레임실의 보안 콘솔 앞으로 다가간 시오리코. 그녀는 보랏빛 생체 장갑과 날카로운 손톱으로 덮인 손을 푸른 홀로그램 패널 위에 우아하게 얹었다. 그리고는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 요염한 눈동자를 들이밀어 망막 스캐너와 직면했다.

MARIA - "생체 데이터 인식 중..."

푸른 레이저가 시오리코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흉악하게 솟아오른 뿔, 등 뒤의 박쥐 날개, 그리고 끈적이는 생체 장갑까지. 누가 보아도 인류의 적이자 끔찍한 우주 괴물의 형상이었다.

아츠시 - "그 서큐버스 같은 꼴로 카메라를 들이밀면, AI가 비명이나 안 지르면 다행이겠-"

MARIA - "생체 DNA 및 망막 패턴 일치율 99.99%."

아츠시 - "...어?"

MARIA - "환영합니다. 웨이랜드 유타니 최고 이사회 소속, 미후네 시오리코 이사님. 휴머기어 사령부의 보안 락다운 프로토콜을 강제 해제합니다. 아메리고 호의 메인프레임 접근 권한을 100% 승인합니다."

시오리코 : (요염하게 윙크하며) 봤죠? 어머니께서 내 이 '예쁜 얼굴'을 남겨두신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요. 웨이랜드의 금고는 오직 웨이랜드의 주인이 열 수 있는 법이랍니다.

아츠시 - "미치겠군. 자본주의 시스템이란 건 괴물한테도 문을 열어주는 건가? 인간들 진짜 답 없네."

시오리코 : (날개를 우아하게 접으며, 서늘한 공기가 뿜어져 나오는 메인프레임실 내부로 걸음을 옮긴다) 자, 그럼 깡통 녀석들이 탐내던 기밀 데이터가 뭔지 한번 털어볼까요? 우리 귀염둥이들도 얌전히 따라오렴♡

저글링 무리 : 캬앙! (신이 난 듯 꼬리를 흔들며, 어미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 거대한 데이터 센터 내부로 진입한다.)


- 잠시 후...

시오리코 : (흉악하게 뻗어 나온 생체 손톱으로 허공의 빛나는 키보드를 피아노 치듯 우아하고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MARIA - "최고 보안 파일 접근. UED 군사 기밀 데이터 암호화 해제 중..."

아츠시 - "그 뾰족한 손톱으로 오타 하나 안 내고 잘도 치네. 그래서, 깡통들이 침 흘리며 노리던 그 대단한 기밀이 뭔데? 행성 파괴 무기 도면이라도 돼?"

시오리코 : (빠르게 데이터를 훑어보며 눈을 가늘게 뜬다) 잠깐만요... 이건 단순한 웨이랜드의 데이터가 아니야. UED 극비 군사 프로젝트... '사이오닉 방출기'?

아츠시 - "사이오닉 방출기? 그게 뭔데."

시오리코 : 이건 조금 조잡한 장난감이에요. 군단의 신경망 파장을 복제해 무리를 특정 좌표로 끌어들이는 장치. 여기까지는 구시대적인 발상이지만... 진짜 문제는 이 장치의 치명적인 '부작용'이에요.

세린 - "거기까지만 들어도 충분히 모욕적인데... 부작용이 있다고?"

시오리코 : 방출기의 고출력 파장... 이게 젤나가 함대의 '정화 타겟팅 신호'와 완벽하게 일치해요.

아츠시 - "...뭐라고?"

세린 - ".............!!"

시오리코 : 신경망 파장을 억지로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잔여 에너지가, 젤나가의 센서에는 '최우선 말살 목표'를 가리키는 유도 레이저처럼 인식된다는 거예요. UED의 수뇌부 놈들은 이 부작용을 알고도 모른 척 방치했어... 아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했지!

다고스 - "그렇다는 건, 차우 사라도 마 사라도...?"

시오리코 : 젤나가 함대가 유독 우리 군단의 행성들만 집요하게 찾아내어 불태웠던 이유... 그건 신들의 오만한 심판 따위가 아니었어요. UED가 우주 곳곳, 우리 군락지 근처에 몰래 숨겨둔 이 망할 방출기들이 젤나가의 포격을 몽땅 끌어당기고 있었던 거라고요!

아츠시 - "인간들이... 우리 아이들을 고기 방패로 쓰면서 젤나가 함대의 동선을 조작하고 있었다고?"

시오리코 : 인간들의 교활함은 상상을 초월하니까요. 하지만... 이 데이터를 훔치러 온 휴머기어의 속셈도 이제 뻔히 보이네요.

아츠시 - "기계 놈들도 이 방출기를 손에 넣어서 젤나가 함대를 우리 쪽으로 몰아넣을 작정이었겠군."

시오리코 : 맞아요. 하지만 부군님, 이제 이 '리모컨'의 도면은 완벽하게 제 머릿속, 아니... 군단의 손에 들어왔어요. 이제 UED가 범죄 행위의 대가를 치를 때가 됐어요.

아츠시 - "설마... 그걸 우리가 쓰자고?"

세린 - "불허한다."

시오리코 : ...네?

세린 - "과거 지구의 역사 중, 이성계라는 장수가 무리한 원정을 지시한 군주에게 사불가론(四不可論)을 들어 반대했던 적이 있지. 나 또한 네 전략이 지금 당장 왜 불가한지, 그 네 가지 이유를 들어주마."

아츠시 - "........................."

세린 - "첫째, 이소역대(以小逆大). 우리는 불과 며칠 전 차우 사라를 잃고 마 사라에서 눈물겨운 피난을 치르며 막대한 출혈을 겪었다. 전력을 온전히 복구하지도 못한 '작은' 상태에서, 젤나가와 휴머기어, 그리고 UED라는 거대한 세력들을 상대로 방출기를 앞세워 무리한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자멸일 뿐이다."

시오리코 : 앗...

세린 - "둘째, 하월발군(夏月發軍). 지금은 갓 태어난 네 '쿠쿨칸' 무리를 비롯해, 피난 온 아이들이 차 행성과 에덴에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내실을 다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재건의 시기'다. 농번기에 군사를 일으키면 나라가 굶어 죽듯, 둥지가 안정되지 않은 지금 복수심에 칼을 빼 들면 군단의 근간이 곪아 무너진다."

아츠시 - "...맞는 말씀입니다."

세린 - "셋째, 거국원정 왜승기허(擧國遠征 倭乘其虛). 우리가 UED에게 복수하겠다고 병력과 방출기를 밖으로 돌리면, 방금 전까지 아메리고 호를 노리던 저 교활한 휴머기어 함대나 젤나가의 본대가 텅 빈 우리의 심장부... 안방을 칠 것이다. 복수를 위해 집을 비우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아."

시오리코 : .................-

세린 - "마지막 넷째, 장기돌발(瘴氣突發). 비가 오면 활아교가 녹고 역병이 돌듯, 저 알량한 방출기라는 무기 자체가 우리에게 끔찍한 독이다. 젤나가를 유도하는 그 '잔여 에너지'를 우리가 완벽히 통제한다는 보장이 있나? 자칫 잘못하면 신들의 포격을 적진이 아니라 우리 둥지 한가운데로 직행시키는 자살 신호탄이 되거나, 군단의 신경망 자체를 미치게 만들 양날의 검이야."

시오리코 : .....네.

세린 - "나는 웨이랜드나 UED의 늙은이들처럼, 아이들의 목숨을 체스판의 말처럼 가볍게 던지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알겠니, 시오리코?"

시오리코 :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어머니의 크고 깊은 혜안에, 이 딸의 좁은 시야가 부끄러워질 따름입니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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