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Exodus Alternate 1막 6화 - 쓰레기장에서 피어난 꽃 > 데일리님의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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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Exodus Alternate 1막 6화 - 쓰레기장에서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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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일리 작성일 26-03-06 23:35 조회 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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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4년 1월 11일, 안티가 프라임 고궤도, 쿠쿨칸 무리의 레비아탄

세린 - "잘했다, 나의 '무리어미' 시오리코여. 네 덕분에 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아주 중요한 정보가 군단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구나."

다고스 - "용서할 수 없다! 쥐새끼처럼 교활한 인간 놈들... 도대체 어느 틈에 우리 군락지 밑바닥에 그 조잡하고 끔찍한 기계를 심어둔 거지?!"

시오리코 : 으음... 어쩌면 말이죠. 놈들이 '우리 군락지'에 심은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처음부터 그곳에 심어져 있었던 거라면?

아츠시 - "뭔 소리야, 그게."

시오리코 : (서늘한 목소리로) 젤나가의 궤도 폭격을 정통으로 맞은 건 사라 항성계의 두 행성이었죠?

세린 - "그래. 굶주림에 허덕이던 나의 소중한 아이들이 억울하게 재가 되어버린..."

시오리코 : ...전부 웨이랜드 유타니 소속의 개척 식민지들이었잖아요.

세린 - "...설마..."

시오리코 :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며) 두 행성은 통신이 두절되거나 방치된 게 아니에요. 철저한 계산하에 의도적으로 '버려진' 거지. 저그 군단과 젤나가 함대의 동선을 조작할 미끼... 사이오닉 방출기와 함께.

다고스 - "그놈들은... 고작 덫을 놓기 위해 자기 동족들을 우리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단 말이냐?! 아무리 하등한 유기체라지만, 이 얼마나 끔찍하고 역겨운 종족이란 말인가!"

시오리코 : 네. 그게 제가 몸담았던 회사의 효율적인 '원가 절감' 방식이니까요. 뭐, 물론 우리 위대하신 여왕님께선 그들을 단순한 단백질로 먹어치우는 대신, '감염'이라는 더 우아한 방식을 택하셨지만요~

아츠시 - "어쩐지... 그때 마 사라와 차우 사라가 유독 미치도록 달콤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했어. 그 망할 방출기들이 우리의 신경망에 대고 '여기 맛있는 뷔페가 차려져 있다'고 세뇌 방송을 때리고 있었던 거군."

시오리코 : 어쨌든 웨이랜드 유타니 이사회 영감들에게, 식민지 주민들이 감염되든 학살당하든 그 목숨값은 아무래도 좋았을 거예요. 1차적으로 우리 군단을 한곳에 예쁘게 모아 유인하고, 2차로 젤나가 함대의 포격을 유도해서 우리 무리의 수를 단숨에 줄이는 게 그들의 진짜 목적이었을 테니.

세린 - "나는... 척박한 땅에서 굶주림과 공포에 떨고 있던 그 식민지의 인간들을 불쌍히 여겼다. 그래서 그 고통을 끝내주기 위해, 피와 살을 나누어 군단의 일원이 되는 '축복'을 선물로 주었지."

아츠시 - "여왕님...-"

세린 - "그 아이들이 굶고 있었던 건... 땅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같은 동족에게 버림받고 사지로 내몰렸기 때문이었구나."

자스 -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 끔찍한 사이오닉 방출기가 우주의 어느 군락지에 심어져 있을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차 행성의 지하 깊은 곳에도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 당장 일벌레들을 풀어 행성 전체의 지각을 뒤집어서라도 찾아내야-"

시오리코 : 으음...~ 글쎄. 호들갑 떨 필요 없어요, 자스. 차 행성엔 아마 없을 테니까.

자스 - "어째서 그렇게 단언하는 거지, 신출내기?!"

시오리코 : 웨이랜드 유타니의 '회계 장부'를 우습게 보지 마요. 차 행성은 사라 항성계처럼 버려도 그만인 변방 식민지가 아니라, 회사의 막대한 자본과 핵심 연구 시설이 집중되어 있던 'VVIP 구역'이었잖아요? 놈들이 미쳤다고 자기네 앞마당 금고 밑에 폭탄 스위치를 달아놨겠어요? 이윤이 안 남는 짓은 절대 안 하는 벌레만도 못한 놈들인데.

다고스 - "......!! 확실히... 인간들의 그 얄팍한 탐욕을 생각하면..."

시오리코 : 게다가... 만약 이 차 행성에 방출기가 심어져 있었다면, 진작에 젤나가 함대가 쳐들어와서 우리 머리 위로 플라즈마 폭격을 쏟아부었겠죠.

세린 - "일리가 있군. 젤나가들이 방출기의 잔여 에너지에 이끌린다 해도, 어디까지나 공격 여부와 타겟을 정하는 건 놈들 자신이니까. 어떻게든 우리를 죽이려고 벼르고 있던 녀석들이다. 만약 차 행성이 발각됐다면 즉각 공격했겠지."

시오리코 : 네, 정답이에요 어머니! 애초부터 젤나가들은 우리 군단을 최우선 표적으로 삼았죠? 사이오닉 방출기는 그저 신들의 맹점을 파고들어, '우리가 여기 맛있는 뷔페를 차려놨으니 이리로 오라'고 좌표를 찍어준 네비게이션에 불과하다고요.

아츠시 - "...미친. 차 행성의 좌표를 놈들이 알았다면... 진작에 우린 이 군락지째로 증발해 버렸겠지. 뼈 한 조각 안 남고 말이야."

다고스 - "그래도 중요한 건 알았군. 바로 놈들이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라는 거다."

자스 -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고 해도, 놈들이 신에 가까운 무자비한 화력을 휘두르는 건 분명합니다! 혹시나 교활한 인간들이 뒤늦게라도 그 끔찍한 방출기를 이 차 행성에 투하하기라도 하면 우리 모두 끝장입니다! 그러니 당장 게헨나 구역과 그 근방에 있는 인간 세력들을 모조리 청소해야-"

다고스 - "네 분노와 두려움은 이해한다, 자스. 하지만 지금 당장 더 중요한 건 밖으로 발톱을 뻗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미 품고 있는 둥지 내에 방출기가 숨겨져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거다."

아츠시 - "하아... 이거 완전, 남의 집 앞마당에 묻힌 폭탄을 맨몸으로 캐내야 하는 '길고 긴 지뢰 제거 작업'이겠구만."

세린 - "걱정 마라. 굳이 땅을 다 파 뒤집을 필요는 없으니까. 우리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숨소리 사이로 섞여 들어오는... 저 조잡하고 불쾌한 쇳소리는, 내 감각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긁히듯 느껴지거든."

다고스 - "그렇다면... 다음 방출기의 위치는 어디에 있사옵니까?"

세린 - "멀지 않은 곳이야. 베카 로... 바로 그 행성의 지표면 아래에서 끔찍한 파장이 진동하고 있군. 느껴져..."

시오리코 : 여왕님, 이번 일은 부디 저에게 맡겨만 주세요! 저 무리어미 시오리코가 이끄는 쿠쿨칸 무리가... 인간들이 숨겨둔 그 역겨운 쓰레기를 아주 깔끔하고 확실하게 치워버리겠어요.

아츠시 - "머리 쓰는 일은 끝났으니, 이제 얌전히 뒤로 빠지시지. 여왕님, 이번 일은 저와 제 펜리르 무리에게 맡겨주십시오. 베카 로의 지하를 뚫고 들어가려면 아무래도 힘을 좀 써야 할 것 같으니 말입니다."

다고스 - "어린것들이 감히 여왕님 앞에서 경거망동하는구나! 제가 직접 나서서 그 불결한 기계를 짓이겨버리겠나이다, 여왕이시여."

자스 - "여왕님...!! 제 무리에게 그 영광을...!!"

세린 - "그만. 모두 진정하거라. 이번 베카 로 원정은... 아츠시, 그리고 시오리코. 너희 둘이 함께 가도록 해라."

아츠시 - "...예? 여왕님, 제가 왜 이 핑크빛 뇌수를 가진 신출내기랑 같이 가야 합니까? 제 펜리르 무리만으로도 그깟 쇳덩어리 따위는-"

세린 - "베카 로의 지하에 묻힌 건 단순한 고철 덩어리가 아니라, 우리 군단 전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야. 무식하게 힘만 쓰다간 방출기가 폭주하여 젤나가 함대를 이 차 행성으로 직접 불러들이는 꼴이 될 수도 있어."

아츠시 - "......................."

세린 - "아츠시. 네 펜리르 무리의 압도적인 힘으로 베카 로의 지각을 찢고, 방출기를 지키는 쥐새끼들을 도륙하여 길을 뚫으렴. 그리고 시오리코, 넌 쿠쿨칸 무리의 독과 너의 그 '지성'을 활용해 폭탄을 안전하고 정밀하게 적출해 내. 무력과 지성의 완벽한 조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사냥이 될 거야."

다고스 - "...과연. 무식한 파괴와 정밀한 해체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어머니의 깊은 혜안에 감탄할 따름이옵니다."

시오리코 : (입가에 승자의 미소를 띠며, 우아하게 날개를 펄럭인다) 어머, 들었죠 부군님? 제가 가는 길에 먼지나 좀 잘 털어주세요. 기계 기름이 제 예쁜 장갑에 튀는 건 질색이거든요.

아츠시 - "하, 기가 막혀서. 까불지 마라, 꼬맹이. 지하에서 튀어나온 벌레 떼한테 잡아먹힐 뻔할 때 내 등 뒤로 숨기만 해봐. 확 그 날개째로 찢어버릴 테니까."

시오리코 : (요염하게 윙크하며) 후훗. 길 안내나 잘 부탁해요, 펜리르 무리의 듬직한 대장님~♡

아츠시 - "으씨, 저리 안 떨어져?! 향수 냄새... 아니, 페로몬 냄새 역겹다고!!"

자스 - "군체 의식을 뚫고 들어오는 페로몬인가. 참으로 대단하군."


- 한편...

웨이랜드 유타니의 과학선이 게헨나 구역의 외곽을 항행하고 있다.

MARIA - "익스플로러급 과학선 안타크토스 호. 시간: 2104년 1월 12일. 위치: 게헨나 구역 외곽. 임무 목표물 사정거리 내."

호프만 : 회수해라.

과학선 안타크토스 호의 내부로 저그의 잔해물들이 수집된다.

MARIA - "목표물 확보. 귀환 절차 개시."

해병대 : (과학선에서 총을 든 채로 대기하고 있다.)

호프만 : 그래, 바로 이거야...!! 내 H-01과 이 저그놈들의 DNA 구조가 결합된다면...!

과학자 : 닥터 호프만, 너무 우쭐하진 마십시오. 당신은 프로메테우스 호의 참극 이후로 표류민 신세 아니었습니까.


- 베카 로 지표면, 웨이랜드 유타니 식민지

MARIA - "학생들에게 알림, 학생들에게 알림. 주간 근무 시작 15분 전. '농업과 학생'들은 즉시 식당으로 가십시오."

요시다 사키 : 읏, 으윽...- (굉장히 기분나쁜 표정으로 기상한다)

MARIA - "열, 기침, 구토, 호흡 곤란 등 이상 증상이 있다면 의무실에서 검진을 받으십시오. 우리 식민지의 안전과 안녕은 웨이랜드 유타니의 최우선 목표입니다."

사키 : ..............- (멍한 표정으로 구내식당의 배식구에서 칙칙한 회색빛의 합성 단백질 죽을 받아 든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뻑뻑한 덩어리를 기계적으로 입에 밀어 넣기 시작한다.)

비요른 : (입에 물고 있던 싸구려 전자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여~ 우리 예쁜 일벌레. 또 그 시멘트 반죽 같은 걸 꾸역꾸역 처넣고 있네.

사키 : (움찔하며 고개를 든다. 피로에 찌든 눈동자가 그를 향한다.) ...비요른.

비요른 : (사키의 주머니에 뭔가 넣어주며) C구역 밀수꾼 놈들한테서 어렵게 빼돌린 거니까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하나는 진짜 포도향이 나는 합성 캔디고, 다른 하나는... 네가 밤마다 기침하고 앓는 거 같아서 구해온 '특별한 진통제'야. 먹으면 피로감 싹 가시고 날아갈 것처럼 기분 좋아질걸?

사키 : (주머니 속의 캡슐을 만지작거리며, 텅 빈 눈동자에 미세한 온기가 돈다) 이런 귀한 걸... 빚은 어쩌고... 나한테 줘도 돼...?

비요른 : (사키의 뺨을 쓰다듬으며 음흉하고도 안타까운 척 표정을 꾸민다) 바보야. 네 부모란 작자들이 네 몫의 배급표까지 다 팔아넘겨서 약도 못 사고 앓고 있는데, 나라도 널 챙겨야지 누가 챙기냐? 안 그래? 이 좆같은 베카 로에서 널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나밖에 없어, 사키.

사키 : (코끝이 붉어지며 시선을 푹 숙인다) ...응. 고마워, 비요른.


- 잠시 후... 식민지 번화(?)가

시민운동가 : 정신 차리십시오! 우린 웨이랜드 유타니의 노예입니다! 우리의 삶을 빼앗고 착취합니다! 그들의 거짓에 속지 마십시오!

비요른 : 사키, 어디 가는 거야?

사키 :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좀 걸릴 거야.

비요른 : 뭐야ㅋㅋㅋㅋ 깜짝 선물이야?

사키 : ...응.


- 베카 로 식민지 운영 사무소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이름이랑 직책 말씀하세요.

사키 : 요시다 사키... 농업과 학생이에요. 이동 서류 때문에 왔어요.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컴퓨터로 조회를 한다.)

사키 : 의무 이수 시간 충족해서... 수료증이랑 이동 허가증을 받고 싶어서요.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어디로 가시려고.

사키 : '이바가'요. UED 직할 식민지예요. 거기선... 태양도 보인대요.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사키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홀로그램 모니터만 무미건조하게 스크롤하며) 어디 보자... 요시다 사키. 부모님은?

사키 :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애써 목소리를 쥐어짠다) 어... 한 분은 전업주부고, 아버지는 취업 장려 수당을 받고 계셔요.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짧게 코웃음을 치고) 수당? 아, 아버지가 C구역 도박장에서 날린 대출금 말하는 거구나. 미안하지만 수료는 어렵겠다.

사키 : ...네? 왜요? 저, 어제부로 의무 노동 시간 다 채웠-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교육 과정 개정과 더불어, 네 아버지가 어젯밤에 네 노동 담보 대출을 갱신했거든. 의무 수료 시간이 24,000시간으로 늘어났어.

사키 :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며 숨을 헐떡인다) ㄴ, 네...? 아니, 그런 법이 어딨... 제 동의도 없이...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본사 지침이자 가족 연대 보증 시스템이니 어쩔 수가 없구나. 유감이지만 5, 6년은 더 이 좆같은 노역... 아니, 이수 과정을 거쳐야 수료가 가능할 거야. 회사도 너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는 걸 알아주렴. 다음 대기자.


- 베카 로 식민지 운영 사무소 밖

시민운동가 : (여전히 쇳소리가 나는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고 있다) 우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회사의 부품이 되어 병들어 죽어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십시-

사키 : (초점 없는 텅 빈 눈으로 사무소 자동문 밖을 나선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물속에 잠긴 것처럼 먹먹하게 들려온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것을 겨우 버틴다.)

비요른 : (벽에 삐딱하게 기대어 전자담배를 뻐끔거리다 사키를 발견한다) 어이, 예쁜 일벌레. 왜 그래? 표정이 왜 그따위야? 설마 서류에 문제라도 생겼어?

사키 :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비요른의 기름때 묻은 작업복 깃을 생명줄처럼 꽉 틀어쥔다) 흑... 비요른... 나, 나 어떡해... 아빠가... 내 이름으로 빚을...

비요른 : (순간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리지만, 이내 다정한 척 사키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무슨 소리야? 천천히 말해봐.

사키 : (비요른의 품에 무너지듯 안겨 오열하기 시작한다) 2만 4천 시간... 으흐흑... 아빠가 노역 대출을 더 받았대... 나 이제 못 가... 이바가에도 못 가고... 평생, 평생 여기서 흙만 파다가 죽어야 해... 아아악...!

비요른 : (오열하는 사키의 등을 천천히 토닥인다. 하지만 사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그의 입꼬리는 비열하고 흉악하게 비틀려 올라간다) 하, 진짜... 거 봐. 내가 아까 뭐랬어. 네 부모란 작자들은 널 진작에 쓰레기통에 처박은 지 오래라니까. 이 좆같은 웨이랜드 놈들도 마찬가지고.

사키 : (숨을 헐떡이며 비요른의 품으로 더욱 깊게 파고든다) 흐윽, 흐어엉... 나, 너무 힘들어... 캄캄해... 숨이 안 쉬어져, 비요른...

비요른 : (사키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이고, 악마처럼 달콤하게 속삭인다) 쉬이... 괜찮아, 사키. 울지 마. 날 봐. 널 버린 쓰레기들 때문에 왜 네가 울어. 네 곁엔 내가 있잖아. 내가 널 이 지옥에서 꼭 빼내 줄게. 약속해.

사키 :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진짜? 정말... 날 버리지 않을 거야...?

비요른 : 당연하지. 자, 그러니까 일단 진정해. 너무 떨고 있잖아. 아까 내가 준 특별한 약 있지? 그거 지금 먹어. 좆같은 현실은 잠깐 잊게 해줄 테니까.

사키 : (주머니에서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캡슐을 꺼낸다. 아주 잠시 주저하는 듯했지만, 더 이상 버틸 희망조차 남지 않은 그녀는 텅 빈 눈을 질끈 감고 마른침과 함께 캡슐을 삼켜버린다.)

비요른 : (만족스러운 듯 사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허공을 향해 소리 없이 낄낄거린다) 옳지, 착하다.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 베카 로 식민지, 하층민 주거 구역

사키 : ㅎ, 헤헤...

비요른 : (사키의 허리를 거칠게 부축하며 방 안으로 들어선다) 자, 다 왔다. 조심해서 걸어.

사키 : (이미 약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시야가 일그러져 있다) 헤헤... 비요른... 방이 막, 빙글빙글 돌아... 그런데 아까보다 가슴 답답한 건 없어졌어... 기분 좋아...

비요른 : (더러운 매트리스 위에 사키를 털썩 던지듯 눕히며, 입에 물고 있던 전자담배를 바닥에 뱉어 짓밟는다) 그래, 그래. 좆같은 생각 다 잊고 푹 쉬어. 내가 옆에 있으니까.

사키 :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을 향해 손을 뻗적거린다) 응... 고마워. 아빠도, 엄마도 날 버렸는데... 넌 날 안 버렸어... 나 이바가 안 가도 돼... 비요른이랑 여기 있을래...

비요른 : (경멸이 뚝뚝 묻어나는 시선으로 사키를 내려다본다. 다정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진짜 약 한 알에 구질구질하게도 달라붙네.

사키 : (환각에 빠진 듯, 눈을 감은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새도 날아가고... 햇빛도 따뜻해...

비요른 : (주머니에서 낡은 통신 단말기를 꺼내 어딘가로 연결한다.) 어, 나다. 그래, 물건 하나 건졌어. 싱싱한 농업과 학생. 어제부로 부모가 빚 갱신해서 연대 보증으로 묶인 년이라, 어디로 팔려 가든 쥐도 새도 모를 거다. 뒤탈? 하, 퍽이나 있겠다.

깡패 - "그래서, 상태는?"

비요른 : (매트리스 위에서 무방비하게 널브러진 사키의 뺨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낄낄거린다) 죽여주지. 방금 약까지 먹여서 반항할 힘도 없어. 오늘 밤에 C구역 하역장 뒤쪽으로 데려갈 테니까, 수당이나 두둑하게 준비해 둬. 이걸로 내 할당량은 이번 달 퉁치는 거다?

사키 : (통화 내용을 듣는지 못 듣는지, 그저 약에 취해 비요른의 바짓단을 끌어안고 웅얼거린다) 비요른... 춥다... 안아줘...

비요른 : (구역질 난다는 듯 바짓단을 확 빼내며 중얼거린다) 어휴, 징그러운 년. 얌전히 있어라. 네 그 예쁜 몸뚱어리로 내 빚이나 좀 갚아주자고.


- 2104년 1월 13일, 베카 로 식민지, C구역 하역장 뒷골목

용역 반장 : 오, 이 년이냐? 흙먼지 뒤집어쓴 농업과 치고는 제법 반반하게 생겼네. 약은 확실히 먹인 거 맞지?

비요른 : (사키의 허리를 거칠게 밀어 용역 반장 쪽으로 넘기며 낄낄거린다) 당연하죠. 캡슐 하나 통째로 삼켜서 반항할 힘도 없을 겁니다. 약속하신 대로 제 이번 달 할당량 삭감이랑 빚 탕감은 확실히 해주시는 거죠?

사키 : (거친 손길에 떼밀려 차가운 바닥에 나뒹군다) ...으읏... 비요른...? 여기... 어디야...? 이 사람들은...

용역 반장 : (쓰러진 사키의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휘어잡아 들어 올린다) 어딜 보냐, 쌍년아. 오늘부터 네가 모실 주인님들 여럿 계시는데.

사키 : (두피가 뜯겨 나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린다) 아아악! 놔, 놔주세요! 비요른! 비요른, 도와줘! 무서워... 나, 나한테 왜...!

비요른 : (동전 몇 개가 든 크레딧 칩을 챙겨 주머니에 넣으며, 차갑게 코웃음을 친다) 미안하게 됐다, 사키. 나도 이 좆같은 행성에서 살길은 찾아야지. 안 그래? 너도 이바가 가고 싶다며. 이 형님들 밑에서 밤낮없이 몸으로 구르다 보면, 한 10년 뒤쯤엔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사키 : (그 말에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어? 장, 장난... 장난치지 마, 비요른... 네가 날 지켜준다며... 나 안 버린다며...!

용역 반장 : (사키의 뺨을 거칠게 후려친다) 시끄러워! 네 부모가 싼 똥, 네 남친 새끼가 넘긴 빚까지 이제 네 몸뚱어리로 다 갚아야 하니까 입 닥치고 가랑이나 벌릴 준비 해!

사키 : (고개가 꺾인 채,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피를 멍하니 내려다본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을 때도, 5년의 노역이 연장되었을 때도 붙잡고 있었던 '인간 비요른'에 대한 마지막 믿음이 산산조각 난다. 텅 빈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쏟아진다.) ...아아... 아... 악마들... 다 똑같아... 다 똑같은 쓰레기들이야...

비요른 : 재밌게 놀다 가라. 난 간다.


그때...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베카 로의 잿빛 밤하늘을 가르고 거대한 유성 두 개가 C구역 하역장의 좁은 뒷골목 한가운데로 내리꽂혔다.


용역 반장 : (콜록거리며 흙먼지 속에서 기어 나온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다.) 크, 크아악! 뭐야, 씨발! 휴머기어 폭격기라도 뜬 거야?! 콜록, 콜록!

아츠시 : (먼지 구름을 뚫고 가장 먼저 걸어 나오며, 신경질적으로 목을 꺾는다) 아오, 씨발. 땅바닥 꼬라지 하고는. 대군주 새끼들 낙하 좌표 참 좆같이도 찍네. 점막도 없는 이런 깡촌 흙바닥에 처박힐 줄 알았으면 대충 뛰어내릴 걸 그랬잖아.

용역 반장 : (눈앞의 괴물을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뒷걸음질 친다) 히, 히익...! 저, 저그...! 저그다!! 왜 저그가 이런 깡촌에...!

시오리코 : (낙하 주머니 안에서 우아하게 날개를 펼치며 걸어 나온다. 산성비가 그녀의 매혹적인 곡선과 핏빛 생체 장갑 위로 미끄러져 내린다.) 어머, 부군님. 입이 너무 험하시네. 여왕님이 신경망 너머로 다 듣고 계신다고요? 그나저나... 으엑, 매연 냄새. 질척거리는 진흙탕 좀 봐. 내 예쁜 갑피에 구정물 튀는 건 딱 질색인데.

깡패 : (사색이 되어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고 덜덜 떨며 겨눈다) 오, 오지 마! 괴물 년아! 쏴, 쏴버린다!

시오리코 : (권총을 든 깡패를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어머. 벌레들이 왱왱거리네. 내가 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

시오리코가 손가락을 까닥하기도 전에, 아츠시의 형체가 빗물처럼 흐릿해지더니 깡패의 뒤로 번쩍이며 나타났다. 권총을 쥐고 있던 깡패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대각선으로 미끄러지듯 분리되어 핏물 웅덩이 위로 쏟아졌다.

     

용역 반장과 남은 깡패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약한 소녀를 짓밟으며 낄낄거리던 쓰레기들은, 우주 최상위 포식자들 앞에서 숨 쉬는 법조차 잊어버린 고기 방패에 불과했다.

아츠시 : (칼날에 묻은 피를 허공에 털어내며 짜증스럽게 중얼거린다) 방해되니까 길이나 비켜라, 고기 조각들아. 우리는 댁들 발밑에 묻힌 쓰레기 치우러 온 거니까.

시오리코 : (아츠시가 썰어버린 시체를 사뿐히 타넘으며 걷다가, 진흙탕 속에 쓰러져 있는 사키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어머나?

사키 : (입술이 터진 채, 바닥에 엎드려 고개만 살짝 들고 있다. 끔찍한 외계 생명체들의 살육을 눈앞에서 목격했음에도, 그녀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없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미쳐버릴 듯한 공포에 비명을 질러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미 부모에게 팔리고 유일하게 믿었던 비요른에게 배신당해 영혼이 완전히 박살 난 사키에게는, 눈앞의 괴물들보다 자신을 팔아넘긴 인간들의 존재가 훨씬 더 구역질 나고 무서웠다.


시오리코 : ...괜찮니, 아가?

사키 :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오리코의 붉은 눈동자를 멍하니 마주 보며, 피투성이가 된 입술을 달싹인다. 텅 빈, 체념한 목소리였다.) ...날, 먹으러... 온 거야...? 차라리, 다행이네... 저 악마들한테 찢길 바엔... 그냥, 한 번에 죽여줘...

시오리코 : (천천히 무릎을 굽혀, 날카로운 손톱으로 사키의 흙 묻은 뺨을 부드럽게 쓸어 올린다) ...이런. 가여운 것. 더러운 수컷들한테 잔뜩 괴롭힘을 당했구나?

비요른 : 히, 히익... 히이이이이이익...?!

시오리코 : (배꼽에서 촉수를 꺼내 사키의 허리를 감싸며) 가여운 것. 이 시궁창 같은 세계에서 기생충 같은 수컷들에게 뜯어먹힐 바엔... 차라리 우주를 집어삼키는 위대한 포식자의 가족이 되는 건 어떠니? 더 이상 춥지도, 아프지도,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일도 없는... 완벽한 군단의 일원으로.

사키 : ...가족... 날, 안 버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시오리코 : 옳지, 착한 아이야. 이제 고통은 끝났단다. (사키의 배꼽에 촉수를 박아넣는다)

사키 : 으, 으윽... 끄으으아아아아아...?!♡


그 순간, 사키의 몸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꺾이며 끔찍한 비명 대신 거친 짐승의 숨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녀의 핏줄이 검붉게 부풀어 오르고, 찢어진 작업복 사이로 흑요석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생체 장갑이 피부를 뚫고 돋아나기 시작했다. 고치 과정조차 거치지 않는, 사키의 정신과 저그 군단이 공명한 완벽한 초진화였다.


용역 반장 : (그 기괴한 광경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 게거품을 물며 뒤돌아 뛴다) 으, 으아아아악!! 좆까! 난 안 죽어! 살려줘, 씨바아아알!!

아츠시 : (귀찮다는 듯 혀를 차며 무릎을 살짝 굽힌다) 어딜 도망가, 고기 벌레. 쓰레기봉투에 담길 시간이다.

단 한 번의 도약. 콰직—! 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아츠시의 등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생체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용역 반장의 척추를 통째로 꿰뚫어 땅바닥에 못 박아버렸다. 단말마조차 내지 못한 시체가 고깃덩어리처럼 축 늘어졌다.

비요른 : (쓰레기통 옆에 바짝 붙은 채, 다리 사이로 오줌을 줄줄 흘리며 바들바들 떤다. 입술이 파래진 채로 헛소리를 지껄인다.) 사, 사키...! 사키야!! 오빠가 미안해! 내가 미쳤었어! 웨이랜드 놈들이 내 빚으로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사키 : (급속 변태를 마치며 천천히 고개를 든다) ...비...요른.

시오리코 : (사키를 등 뒤에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비요른을 향해 요염하게 웃는다) 어머, 우리 예쁜 딸. 저 쓰레기가 네게 눈물로 용서를 비는데? 어떻게 할까?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마.

사키 : (저그의 초월적인 감각이 열리자, 비요른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구역질 나는 오줌 냄새, 그리고 저 애원이 살기 위한 '얄팍한 거짓말'이라는 것까지 뇌수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사키의 터진 입술 위로, 평생 지어본 적 없는 기괴하고도 잔혹한 미소가 번졌다.) 비요른... 네가 줬던 약... 환각도 보이고 기분 좋았어. 그러니까, 너도 기분 좋게... 찢어져 봐.

아츠시 : (용역 반장의 시체에서 칼날을 뽑아내 피를 털어내며 씩 웃는다) 하, 신입 치고는 제법 화끈한데? 첫 주문 접수 완료.

비요른 : 히, 히이이이익!! 아, 안 돼! 사키야! 사키이이—!!


아츠시의 칼날이 번뜩이자, 비요른의 절규가 밤하늘의 산성비 소리에 파묻히며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영원히 끊어졌다. 더러운 골목은 순식간에 인간들의 피와 살점으로 칠갑이 되었다.


시오리코 : (비린내 나는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사키의 귓가에 속삭인다) 생일 축하해, 사키. 이제 저 쓰레기들이 숨겨둔 진짜 장난감을 부수러 가볼까?

사키 : ...그래. 이제 기억이 나. 당신...

시오리코 : (우아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가려다 멈칫한다) 응? 갑자기 무슨 소리니, 아가?

사키 : 식민지 광장의 거대한 홀로그램 전광판... 하루 종일 떠들어대던 웨이랜드 유타니의 선전 방송. 거기서 봤어. 당신... 미후네 가문의 영애였지? 이 식민지를 쥐어짜던 그 좆같은 회사의 이사, 미후네 시오리코.

시오리코 : (순간, 완벽했던 그녀의 요염한 미소가 딱딱하게 굳어버리며 등 뒤의 날개가 파르르 떨린다.) 어, 응...? 아니, 그건 예전의 일이고... 지금의 나는 군단의...

사키 : (시오리코의 말을 차갑게 자르며, 이를 빠득 간다) 그래,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내 부모를 빚더미에 앉히고, 나를 노역장에 처박고, 비요른 같은 쓰레기들이 날뛰게 만든 그 '시스템'... 그걸 만든 게 당신 같은 꼭대기의 인간들이었잖아.

아츠시 : ..................?

사키 : (시오리코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며, 등 뒤에서 날카로운 가시 촉수들을 위협적으로 일렁인다) 날 구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착각하지 마. 나한테 함부로 '딸'이니 뭐니 부르면서 명령하지 마. 당신도 결국, 날 갉아먹던 그 악마들이랑 똑같은 냄새가 나니까.

시오리코 : (평소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진심으로 당황해 식은땀을 흘린다) 어, 아니. 사키, 내 말 좀 들어보렴. 음, 어... 그건 인간 시절의 오점일 뿐이고, 지금 우린 같은 군단의...

세린 - "후후후... 재미있구나. 시오리코, 네가 인간 시절 뿌린 업보라고 생각하거라."

시오리코 : 여, 여왕님...?!

세린 - "...새롭게 태어난 나의 딸, '무리어미 사키'. 반갑다. 나는 초월여왕 세린. 이 군단을 통치하는 영원한 의지란다."

사키 : (자신을 짓누르던 세상의 모든 짐, 웨이랜드 유타니의 빚, 배신감, 외로움...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녹여버리는 거대하고도 절대적인 모성애를 느낀다. 사키의 서늘했던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이 툭 떨어져 내린다.)

세린 -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마라. 너는 이제 인간들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내 사랑스러운 무리를 이끄는 당당한 어미란다."

사키 : (본능적으로 세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잿빛 하늘을 우러러보며, 피투성이가 된 입술로 황홀한 미소를 짓는다.) ...그렇구나. 당신이... 나를 진짜로 안아줄, 나의 '어머니'군요.

아츠시 : (머리를 긁적이며 헛웃음을 친다) 하, 시오리코. 너 좆됐네. 여왕님이 쟤 무리어미로 직행 승진시켜버렸잖아. 이제 네 짬으로 못 누른다?

시오리코 : (창백해진 얼굴로 입술만 달싹인다) 아아...


- 베카 로 식민지 운영 사무소

MARIA - "경고. 식민지 전역 1급 비상사태 발령. C구역 하역장, 생체 신호 폭증. 식민지 외곽 방어망 붕괴.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씨발, 씨발!! 이게 다 뭐야! 휴머기어 기습이야?! 용역 새끼들은 대체 밖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경비대장 : (사무소 문을 걷어차고 들어오며) 폭동이나 기습 따위가 아닙니다! 하늘에서 괴물 새끼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고요! C구역 병력은 방금 전원 몰살당했습니다!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몰살? 장난해?! C구역이면 여기서 3km도 안 떨어졌잖아! 당장 궤도에 있는 과학선 안타크토스 호나 본사에 지원 요청해!

경비대장 : 통신망이 완전히 먹통입니다! 대기권 바깥으로 전파 자체가 안 나간다고요! 궤도를 빌어먹을 생체 포자 같은 것들이 뒤덮고 있습니다!

MARIA - "알림. C구역 노동자 거주 단지, 생체 반응 0%. B구역 농업 시설, 생체 반응 0%. 접근 중인 미확인 적대 개체 수... 측정 불가. 식민지 생존 확률, 0.003%."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주저앉는다. 모니터에 비친 외부 CCTV 영상에는, 도로를 꽉 채우며 해일처럼 밀려드는 수천, 수만 마리의 저글링 떼와, 차량을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히드라리스크들이 찍혀 있다) 말도 안 돼... 저딴 괴물들이 이 깡촌에 왜... 여긴 아무것도 없는 빈민가라고...!

경비대장 : 닥치고 짐 챙겨서 대피소로 뛸 준비나 하십시-


그 순간, 사무소의 두꺼운 합금 방폭문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안쪽으로 찌그러졌다. 마치 바깥에서 거대한 공성 추로 내려찍은 듯한 충격이었다.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히, 히이이익?! 마, MARIA! 방폭문 폐쇄! 규정대로 보안 잠금 최대로 올려!! 당장!!


두 번째 충격과 함께 두께 30cm의 합금 방폭문이 종잇장처럼 뜯겨 나가며 허공을 날아 사무소 책상 위로 처박혔다. 흙먼지와 산성비 냄새, 그리고 지독한 피비린내가 실내로 훅 밀려 들어왔다.


경비대장 : 사, 사격!! 사격 개시!!

먼지 구름 너머로, 생체갑주를 걸친 괴물의 실루엣과 핏빛 장갑의 서큐버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의 한가운데, 방금 전 이 사무실에서 텅 빈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나갔던 '농업과 학생'이 흑요석 같은 생체 장갑을 두른 무리어미가 되어 서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키 : (자신의 노역 시간을 늘렸던 직원을 정확히 응시하며) ...어디 보자... 내 의무 수료 시간이... 2만 4천 시간이라고 했지...?

웨이랜드 유타니 직원 : (눈앞의 괴물이 불과 한 시간 전 자신이 짓밟았던 사키라는 사실을 깨닫고, 거품을 물며 바닥을 긴다) 어, 어버버... 요, 요시다... 학생...?

사키 : (등 뒤에서 살벌한 뼈 갈고리를 펼치며 씩 웃는다) 걱정 마. 너희 회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1초 만에 수료시켜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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